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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 Great Melb Bike Ride.

오늘은 이동통신회사인 Orange의 후원하에 Bicycle Victoria의 주최로 매년 열리는 Great Melb Bike Ride 행사가 있었습니다.
자전거라면 자다가도 벌덕 일어나는 제가 이걸 그냥 지나칠 수 없죠.
자전거가 없음에 땅을 치면서, 결국 자원봉사라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며칠 전 자원봉사 신청을 했습니다.
드디어 오늘 특명을 부여받고, 장장 6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저는 Route Marshal 로써, 거의 40km에 가까운 자전거 이동로 중의 한 지점을 맡아서 흐름을 조절하고 위급 상황때 이에 대응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번 행사의 참가인원이 자그마치 이만명정도이니, 이동로 관리하는게 보통은 아닐거란 생각은 했죠.
아침 9시에 맞춰서 Royal Pde. 와 Cemetry Rd W.의 교차로에 나갔죠.
Blue 45라는 코드명도 받고… 뭐 되게 거창해 보이죠?
하지만, 사고 발생하지 않으면 별로 할 일 없는 일이랍니다.
그냥 사람들 지나가는거 보고, 신호 맞춰서 세우고, 서있으면 농담이나 걸어서 긴장 풀어주고 심심하면 무전기로 농담이나 따먹으면서 키득거리고 하는게 다였습니다.
처음 Blue 45 지점에 있다가, 그쪽 교통량도 한산하고, 직선거리라 별 문제 없을듯 하여, 골인 직전의 Blue 49로 옮겼습니다. 거기서 Anne 이라는 할머니와 같이 차도 마시고, 빵도 먹고, 과자도 먹고 하면서 잘 보냈습니다.
그 오랜시간동안 한번도 앉지 못했는데, 그 할머님은 힘든 기색하나 안 보이시더군요.
이래저래 얘기도 하면서, 사람들한테 응원도 해주고, 그렇게 자원봉사를 마쳤습니다.
계속 쉬지않고 오는 자전거 행렬 때문에 정작 사진은 한장도 못 찍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Kathy Watt라는 사람이 쩍었던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작년 사진이지만, 올해도 비슷했으니, 대략 분위기 정도는 느껴질겁니다.
007.Riders

010.Mass-Start-Bosari-risto
따로 교통통제는 하지 않고, 그냥 저렇게 달립니다. 그 흐름을 조절하는게 Route Marshal들의 일이죠.
021.Line-of-kids-walking
만만치가 않은 거리이기 때문에, 저렇게 걷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선두와 후미와의 거리차가 거의 십여km 정도 나게됩니다.
026.Look-no-hands
특이한 점은, 가족단위의 참가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입니다.
한가족 전체가 다 함께 달리는데, 아이들이 어린 가족들은 저런식으로 많이 달리더군요.
042.Hey-Dad-look-at-me
그래도 아이가 정말 어려서 페달질조차 힘들면, 저렇게 베이비 트레일러를 자전거 뒤에 달아서 끌고갑니다. 개를 태우는 경우도 있구요.
032.Precious-Cargo
예, 이렇게 개를 태우기도 하네요.
DSCN7728
그래도 일하는 중에 동료 Anne 할머니가 한장 찍어준 사진이 있네요.
사진의 주황색 티셔츠가 자원봉사들에게 나눠준 티셔츠 입니다.
등판에는 ‘호주 자전거 역사상 최고의 자원봉사자’라고 씌여있죠.
야광조끼는 사용 후 반납했고, 오른쪽 가슴의 작은 검은색 물건은 무전기용 리시버입니다.
그냥 민간행사인데도 모토롤라의 경찰용급 무전기를 쓰더군요.
감도도 정말 좋고, 휴대도 편하고… 그래서인가? 6시간동안 무선통신망은 일초도 쉬지 않고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했습니다.
농담하는 사람, 그거 맞장구 치는 사람, 상황 보고하는 사람…
그렇게 하는데도 큰 사고 없이 잘 마친걸 보면, 암만 헐렁하게 놀아도 할땐 제대로 하는 듯 합니다.
저도 중간에 끼어서 신나게 한국 농담 해주다가 결국 배터리 바닥내고 재보급 받으면서 뿅망치로 몇대 맞았습니다.
그리고 왼쪽 가슴엔 제 이름표가 달려있습니다.
Hyuksang Moon, Route Marshal. 이렇게 써있는데, 신호대기 중의 몇명은 정확히 제 이름을 발음하면서 ‘땡큐, 혁상’ 하던 사람도 있더군요.
괜히 보람 비슷한게 느껴져서, ‘이 맛에 자원봉사를 하나?’ 하는 생각도 0.0002초 들었습니다.
또, 사진에는 없는 모자도 있는데, 화학재질이라 이마도 아프고, 너무 꽉 조여서 쓰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진 무지 못 나왔군요. 뭐, 상관 안합니다. 흐흣, 본판이 뭐 어디 갑니까?

Categories: Melbourne, Australia Tags:
  1. 구구
    March 22nd, 2004 at 00:36 | #1

    사진 잘 봤음…수고 많았네~
    난 오늘 추운데 오랜만에 독일서 유학중 놀러나온 친구랑 돌아다니다
    체해서 일찍 들어와 잠시 자다가 지금깨서 숙제중…
    네가 보내준 선물 잘 받았고…아끼느라 아직 시식전이다.
    시식 후기를 나중에 알려주지.
    일찍 자야 낼 또 일찍 깰텐데 큰일이고나.
    밤이 되니 괜히 흐늘쩍 기분이 또 쳐져버린다.
    오늘은 봄이 온듯해서 얇게 입고 나갔는데 정말 춥더군..
    봄은 아직 멀었나보다.

  2. 주인장
    March 23rd, 2004 at 00:40 | #2

    구구/ 햐~ 그래도 수고했다고 해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심지어 돈도 안되는 그런짓을 뭐하러 했냐는 소리까지 들었구만.
    우편은 잘 도착한 듯 하니 다행이군.
    3월이 거의 끝나가는데 아직 추운기운이 느껴질 정도면… 정말로 추운거냐 아님 나이들어서 기가 허해진거냐?
    너무 빡세게 살아서 그런거 아냐?
    빨리 한국에 봄이 왔으면 좋겠구나.
    내 마음의 봄은 언제나 올라나 원.

  3. March 30th, 2004 at 00:21 | #3

    hyuk를 정확하게 혁으로 발음하다니.. 신기하군요. ^^;
    우리나라도 저렇게 다양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제가 사는 동네는 사람도 오르기 힘든 고바위라..자전거는 꿈도 못 꾸죠.)

  4. 김정은
    April 12th, 2004 at 01:43 | #4

    멜번과 스치듯 연을 맺은 사람입니다. 서핑하다 우연히 ‘멜번일기’를 발견하고 아마 한 10초쯤 숨을 멈췄던거 같아요.^^; 그냥 제가 그곳에서 서성거리던 때가 여기 그대로 살아나는 거 같아서요. 그 이후 즐겨찾기에 넣어놓고 가끔 기분이 꿀꿀할 때면 들어옵니다. 그곳의 일상(?)을 따뜻하게 옮겨주시는 것 같아 올때마다 위로를 받는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멜번 얘기 많이 해주세요~.

  5. 주인장
    April 12th, 2004 at 03:40 | #5

    김중태/ 답이 늦었습니다. 예, 저도 그 정확한 발음을 듣고선 무전기로 신나게 얘기했더니, 의외로 정확한 발음을 하는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의 진정한 맛은 힐 클라이밍이죠~ 한번 도전해 보세요.

    김정은/ 아, 멜번에 계셨었군요. 어떤 인상을 받고선 돌아가셨는지 모르겠지만, 자주 들려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요 근래 무거운 얘기들을 썼더니, 단골 친구들에게서 원성 좀 샀습니다. 다시 멜번 일상에 주력 하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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