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mi-ring의 이번 주제인 만화를 보고선 ‘가만, 이건 나도 참여할 수 있겠는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한 번 써보기로 마음을 먹고,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곰곰히 과거를 떠올려 보았는데… 까마득하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한 번 되새겨본다.
내가 좋아했던 만화중 제1 이라고 하면 단연 하라 히데노리의 만화이다. 그 중에서도 ‘겨울 이야기’는 몇번이나 거듭해서 보았고, 하드카피를 소장하고 싶기 까지도 했던 만화이니 말 다했지. 질풍노도의 사춘기가 절정을 이루던 그 시절, 나의 사춘기는 감수성의 극대화라는 방향으로 분출되었다. 이런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 같은 감수성을 터뜨린 만화가 바로 ‘겨울 이야기’ 였다. 꽤나 오랫동안 이상형이라고 자신있게 말했었던 단발머리의 아가씨도 여기서 영향을 받았던 것이고, 어쩌면 내 연애 스타일 자체가 그 만화에서 그대로 온 것 일지도 모른다. 어떤 스타일인지는 얘기 안하리라, 절대 좋은 스타일 아니니.
그리고 그 다음도 역시 하라 히데노리의 작품인 ‘내 집으로 와요’ 이다. 어떠한 계기로 같이 살게된 한 여자와 남자의 얘기인데, 여자는 남자를 꽤나 좋아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일에 너무 빠져버리게 되고, 결국 그러한 남자를 견디지 못해 여자가 떠난다는… 아아~ 이 얼마나 상투적인 일일 아침 드라마의 내용스러운 이야기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컷 한 컷 그려내는 호흡의 길이가 한마디로 장난이 아니다. 이 만화를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사진을 찍어줄 때, 잠깐동안 비추었던 여자 주인공의 눈빛, 나 이거 보고선 울 뻔 했다.
일단, 궁상 씨리즈는 여기까지이고, 그 다음은 명랑 쾌활 옴니버스 만화이다.
바로 ‘내 마음속의 자전거’
3대 째, 자전거포를 해오고 있는 집안의 외동딸인 ‘아오바’ 와 그 가족들이 자전거와 함께 열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매 회마다 새로운 자전거가 소개되는 것도 자전거 광인 내겐 충분히 좋아할 만한 스토리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건전 그 자체의 이야기들도 가볍게 미소 지으며 봐줄 수 있는 정도이다. 자전거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세상에 자전거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나? 하면서 놀랄 정도로 다양한 자전거를 꽤나 전문적인 분석으로 그려낸다.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은… ‘허니문 샐러드’
이 만화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하다. 인간 군상의 심리를 정확히 그려낸 작품이라는 평이 있는가 하면, 쓰레기 성인 포르노 물이라는 평도 있다. 나는 그래도 전자의 의견에 가깝기 때문에 이렇게 여기에 올렸겠지? 어떻게 보면 현실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것 같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좀 아이러니 한 것 다 안다. 일단 보시라.) 그려내는 인물들간의 관계에서, 때로는 탄성을, 때로는 한숨을 내쉬면서 재밌게 보았던 만화이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라고 했다가도, 막상 저 상황이 되면 어떻게 행동할라나? 하는 어이없는 고민도 살짝 해보게 했던 만화로서, 어느정도 자신이 중립적인 인물로서, 양쪽의 의견도 한 번 들어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께는 꽤 생각할 거리가 많은 괜찮은 만화로 강추한다.
하라 히데노리 만화에는 무언가 작가의 경험이 분명히 녹아있는듯한 묘한 정서가 남아있죠?
근데, 너무 순정만화 분위기에요.
chang// 어라, 그러고 보니 순정 만화네요…
중,고등학교때 책방을 열심히 뒤져서 찾아낸 몇안되는 명작을 여기서 다시 볼줄이야 ㅠ.ㅠ
오늘 책방가서 다시 빌려봐야겠군요. ㅠ.ㅠb
THOTH// 훗.. 아시는군요.
하라 히데노리의 만화에 가끔 나오는… 두 쪽을 풀로 쓰는 영화 같은 컷… 그런 컷들에 늘 반하곤 합니다. 요즘은 하라 히데노리 보단 소다 마사히토 (119 구조대)나 사토 슈호(해원)가 더 맘에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