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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장수의 아내 이야기.

한 여자가 있었다.
선천적으로 그 여자는 눈썹이 없었기에, 평생을 남들보다 바쁘게 살아야했다.
항상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눈썹을 그려야했고, 언제 어디서나 혹시 눈썹이 지워지진 않았을까 걱정하며 살아야했다.
이렇게 해서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의 눈썹에 대해서 모르게 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날, 그 여자는 연탄장수와 사랑을 하여 결혼하게 되었다.
연탄장수를 도와 같이 일을 하다보면 온 얼굴에 연탄 검댕이 묻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그럴때면 그 여자는 몰래 세수를 해서 검댕을 닦아내고, 다시 눈썹을 그리곤 했다.

하루는 남편이 연탄 수레를 앞에서 끌고, 아내가 뒤에서 밀며 일을 하고 있었다.
한참을 땀을 흘리며 일을 하던 중, 남편이 아내의 얼굴을 보니 그 이쁜 얼굴이 온통 검댕 투성이였다.
이를 보고 있던 남편은 잠시 일을 멈추고 아내에게 다가가 목에 걸친 수건으로 아내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혹시 눈썹이 지워질까 아내는 계속 말렸지만, 그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아무 말 없이 구석구석 아내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검댕은 지워졌다지만, 혹여 눈썹이 지워졌을까 돌아오는 내내 아내의 마음은 편칠 않았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후, 아내는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걸음에 내달려 거울 앞으로 갔다.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거울속의 모습을 본 아내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눈썹만 제외하고 깨끗하게 닦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 이 얘기를 듣고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 나는 저 이야기 속의 연탄장수 처럼 살지 못했을까, 혹시 앞으로는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로 가득해서 말이다.
어설픈 호기심에 왜 눈썹이 없냐고 물어보았겠지.
머릿 속으론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정중히 물어보면 혹시 괜찮지 않을까 하고 오만을 떨었는 지도 모른다.

너무 생각이 많아도 사람이 소심해질 수 있지만, 너무 생각이 없으면 남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호기심이라고 다 용서가 될리 만무하고, 도에 넘은 걱정이나 배려도 다른 사람을 숨막히게 할 지 모른다.
자중하자.

Categories: Misc. Tags:
  1. October 16th, 2005 at 13:42 | #1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어옵니다.

    블로그를 이전해서 놀고 있습니다.

    여기로 오시면 되요

    http://sephia2.dungg.com/tt

  2. October 16th, 2005 at 14:05 | #2

    연탄장수의 애틋한 사랑이 슬그머니 밀려오는군요.
    다른 사람의 허물을 덮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저는 왜 그러지 못했는지 속상하군요.
    좋은 얘기 감사요… :-)

  3. October 16th, 2005 at 15:07 | #3

    얼마전에 방송에서 어느 60대의 트럭운전수가 나오셨는데, 어찌나 부인에게 잘하는지 주변에서 다들 너무한다고들 하는데, 그 아저씨를 따라 집으로 가보니 부인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누워서 생활하는 분이더군요. 30년을 넘게 함께 살면서 결혼 몇년만에 부인이 병이 생겨서 아이도 못낳고 그렇게 평생 부인을 간병하며 밥벌이를 하며 시간될때마다 전화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잘있는지 확인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이나 그 방송을 보던 저나 다들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어릴적 친구중 한놈도 아이백일을 일주일 앞두고 교통사고로 하반신마비가 된지 어언 10여년가까이 되가는데, 그옆에서 녀석을 지켜주는 그 부인을 보고 너무 존경스럽더군요. 연탄장수 이야기를 읽다보니 문득 생각나는 일들이라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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