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운동을 했더니…
특별히 싫증을 느낀것도 아니었는데, 거의 6개월 가까이 자전거를 타지않고 세워뒀더니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는 꼴이 정말 말이 아니더라. 오랫만에 운동도 하고, 먼지도 털어줄 겸 해서 자전거를 몰고 나가, 항상 즐겨가던 Dights Falls 를 찾았다. 오랜 가뭄 끝이라서 그런지 폭포의 낙차가 좀 커지긴 했더라. 길도 많이 정비되었고 말이지.
하지만, 정말 내가 건강에 소홀했었구나 하는 점을 느낀것이, 전에는 평지처럼 휙휙 넘어다니던 언덕 하나 넘어가다가 탈진할 뻔 했다. 혀까지 헥헥 빼어 물고선 페달질을 하는데 도무지 힘이 들어가질 않더라. 당연히 보통때보다 몇배의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말이다. 중간에 몇번이나 그냥 돌아올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힘들게 도착했더니 항상 그대로 날 반겨주는 그곳의 모습에 그래도 힘들게 간 보람이 있긴 하더라.
적당히 시원한 날씨 (20도 정도?) 에 맑은 하늘과 가끔 불어주는 (역풍일땐 아주 죽음이었지만) 바람까지, 오늘 하루는 정말 자전거 타기에 최적의 조건을 다 갖춘 날이었다. 그곳을 찾아가면 언제나 그렇듯이 Studley Park 에도 돌아오는 길에 들러 자전거를 세워두고 모든 짐과 장비를 벗어놓은채로 늘어져서 커피를 마시다가 눈물 찡한 장면을 보았다.
내 테이블 건너에 할머니 한분이 앉아 계셨는데, 이상하게도 굳은 표정으로 한쪽만을 계속 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집중해서 보는 것인가 생각했다가 살짝 살짝 쳐다보니, 아예 시선 자체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가족들이 도착했고, 흰머리가 지긋한 남편과 내 또래로 보이는 딸이 합석해서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면서 즐겁게 웃고 있는 것이었다. 다들 웃는 와중에도 굳어져서 한쪽으로 고정된 할머니의 표정이 조금 이상하다… 싶었는데, 아… 이런…
먼저 딸에게 차를 빼오라는 얘기를 할아버지가 한 후에,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는데… 알츠하이머 때문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할머니는 반신을 사용하지 못하더라. 그러니 당연히 표정마저도 한쪽으로 고정되어 있었겠지. 겨우겨우 계단까지 할머리를 부축해서 가더니만, 계단에 이르러서 할머니를 번쩍 들어 품에 안고선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똑똑히 바로 코 앞에서 보았다. 이걸 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 마져도 흐뭇한 웃음 내지는 찡한 눈빛을 하고 있었고, 바로 앞에서 그걸 본 나는 말할것도 없지.
할아버지도 특출나게 건장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힘겹게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계속해서 할머니를 안정시키는 말들을 하며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는 모습에 어찌나 가슴 한쪽이 찡하던지. 그래, 누군가를 만나서 인생을 같이 보낸다고 할라치면, 저런 사람을 만나야겠지. 하지만 왠지 나와는 먼 얘기라는 생각이 이유없이 떠오르면서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기가 싫어졌다.
돌아오는 길은 어찌나 길고 몇배로 힘들던지. 차도를 몇개나 거치는 내리막 지름길을 통해서 왔는데도 일분 일초가 그렇게 길 수 없었고 페달 한바퀴 한바퀴 돌리는게 그렇게 힘겨울수가 없더라. 돌아와 흘린땀을 씻어내고 한 숨 돌리고 나니 안장 때문에 엉덩이가 무지하게 아프다. 아, 환장하겠네.